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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사랑받는 이유와 엇갈린 시선들

by 초보디자이너a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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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사랑받는 이유와 엇갈린 시선들

2025년 상반기,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단연 《폭싹 속았수다》다. 사투리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전부터 이정은, 설현, 조한철, 변요한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의 만남으로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사랑, 시대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진정성에 많은 시청자들은 깊이 공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작품"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사랑받는 이유와 엇갈린 시선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사랑받는 이유와 엇갈린 시선들

제주 방언과 지역 정서를 품은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다. 한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긴 여정을 따라가며, 그녀의 사랑과 이별, 성장, 가족, 친구, 공동체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대사 전반에 녹아 있는 제주 방언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사투리로 ‘깊이 감동했다’, 혹은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제주 고유의 언어를 통해 지역성의 아름다움과 특수성을 살려냈고, 주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다른 삶의 결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기서 시청자 반응은 갈린다. 일부는 “사투리가 정겹고 새로운 느낌”이라며 칭찬하지만, 또 다른 시청자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자막 없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시청자들은 초반 몇 회차를 보고 이탈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느린 호흡’, ‘담담한 감정선’이 지닌 힘

드라마의 연출 역시 호불호를 가른다. 요즘 드라마들이 전개 속도를 높이고 사건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데 반해, 《폭싹 속았수다》는 느리게 흘러간다. 감정도 격하지 않다. 누군가가 소리치고, 울고불고, 격렬히 싸우는 장면보다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이 화면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이 멈춘 듯한 정서를 느끼게 하지만, 반대로 ‘심심하다’, ‘이야기가 없다고 느껴진다’는 평도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젊은 시청자층 중 일부는 “몰입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은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감독과 작가는 현대의 빠른 리듬 속에서 삶의 본질적인 감정들을 천천히 꺼내어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의 일부 회차에서는 단 한 마디 대사 없이도 장면이 전개되는데, 이는 배우들의 표정과 시선, 미묘한 감정선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다. 특히 주인공 역할을 맡은 설현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지우고,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변요한 역시 말수 적고 내면이 깊은 인물을 안정감 있게 소화하며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이정은, 조한철, 박해준 등 중견 배우들의 내공도 드라마의 분위기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실제로 연기 톤이 과장되지 않고, 제주 지역 사람들 특유의 말투와 억양, 삶의 무게를 생생하게 표현하며 현실감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담고 있는 메시지: ‘기억해야 할 사람들’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로맨스도, 한 개인의 성장기만도 아니다. 이 드라마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시대의 격랑 속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역사적 비극과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다시 돌아봐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지금 봐도 예쁜 드라마’를 넘어, 기억하고 공감해야 할 정서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연출의 방향성과 테마 역시 대중성보다는 의미와 철학을 중심에 둔 서사에 가깝다는 점에서, 분명 도전적인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다르게 말하고, 조용히 울린다

모든 드라마가 빠르고 자극적일 필요는 없다. 《폭싹 속았수다》는 속도감과 사건 중심의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진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잊고 있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설명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감정을 강제로 끌어내지도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오래도록 머무는 것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바로 그 점에서 《폭싹 속았수다》는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삶의 온도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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